20110828



핸드폰이 약정 기한이 다 되면 다른 폰으로 바꿀 생각을 읽었는지
요즘들어 반응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사물들도 인간과 교감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핸드폰이라는 것, 그냥 무시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 같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의 가장 내밀한 사생활을 함께 했으니.
애인도, 이제는 남편도 알지 못하는 나의 혼잣말들을 다 들어주었으니.
매일이 힘겨운 나의 아침을 함께 해주고,
심심했던 나의 일상을 어떤 식으로든 채워주고,
얼마전에는 외할아버지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듣게 해주었는데.
스마트폰에 눈이 멀어서
헤어지기도 전에 헤어짐을 계획하고 있었던 나인데,
여러 모로 나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이 핸드폰이.

by 402 | 2011/08/28 02:16 | -메모

20110826




전화가 올까 안올까 조마조마......

이거슨 연애할 때의 감정이 아닙니다. ㅠㅠ



by 402 | 2011/08/26 18:30 | -메모

20110826




고산증에 걸리면 육체적으로도 괴롭겠지만
아마도 심리적인 괴로움이 더 클 것 같다.
희박한 것, 희박함이 주는 두려움 때문에.

들이마실수 없기보다는 내쉴수없는 데서 오는 고통은 
몸의 기관과 폐부를 장악하는 물리적 고통과 무관하게,
그것을 초월하여 매 순간 죽음을 떠올리도록 하는 정신적 고통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글을 읽다가 말의 불행에 공감하게 될 때가 있다.
말의 행로를 따라 가는 일이 난해할 때보다
말의 문이 막혀 그 길이 막혀 있을 때의 난감함이
더 괴롭다.

by 402 | 2011/08/26 03:01 | -메모

20110825



몇 가지 잊을 것 같아 남겨두고픈 메모.

-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언니가 말했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한 가지 좋은 건, 나이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기게 된다는 것 같아."
이 날 나와 언니는 문학이란 경험의 난삽한 중첩에 대해서, 쓰는 이와 읽는 이의 경험이 제멋대로 겹쳐져서
이해와 공감이라는 것을 시시때때로 다르게 선사하는 일에 대해서 오래 이야기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단순히 20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30대가 돌아보는 20대의 이야기, 그러므로 그건
30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런 2-30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나온 어느 때가 느끼는 말 그대로의 '상실의 시대'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는 생각들.


-음악하는 요조의 에세이.
8살 어린 동생의 죽음을 겪고 그녀가 오랜시간 고통을 겪고 감내하며 끝내 발견<할 수밖에> 없던 깨달음이란 건,
오늘의 중요함이었다. 상투적일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
아니 심고 싶다면 심고 심고 싶지 않다면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죽음이라는 것이 관념이 아니라 생생한 무엇으로 내 피부에 와닿았던 시간을 체험한 후에,
나는 약간 회의주의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20대에 내가 가장 싫어하고 때로는 증오감 같은 것도 느꼈던 그 회의주의자의 모습을 나도 모르는 새 내가 하고 있었는데,
그건 벗어나려 노력해서는 달라질 수 없는 변화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를 목표로 삼게 되었다.

by 나깡 | 2011/08/25 17:37

20110825



오늘까지는 <꼭> 달라고 했던 원고를 오늘에서야 시작하겠다고 가방을 챙겨서 집 근처 카페로 나왔다.
요즘들어 그나마 내가 마음을 털어놓을만한 사람들 앞에서 수백번 공표했건만, 이 난독증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시가 읽히지 않는다. 시가 하나의 그림처럼 보인다. 그냥 까맣고 얼룩덜룩한 형체로만.
하나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조차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에 시 한 편을 읽는 데에도 힘을 들여야 한다.
그저께부턴 신체 컨디션도 엉망이 되었다.
일부러 하루 6~7시간 정도의 수면 양을 지키려고 해봤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런 다짐이 외려 건강을 해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온 몸이 물에 푹 젖은 솜같은 느낌이었고,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안 멀쩡한 기분은 울적함을 동반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내 몸과 정신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몇 시간을 그냥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건 흡사 대낮에 가위에 눌려 몇 시간 동안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뭐라도 자꾸만 써야겠다 싶어서, 그래야 다시 글쓰기의 맛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묵혀뒀던 이곳의 먼지를 털어냈다.
내가 글쓰기의 곤란과 곤경을 겪을 때마다 찾아와서인지 이곳에게 미안하다.
내 마음 깊숙한 무엇에 미안한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누가 뭐라지 않아도 누가 응원해주지 않아도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아도, 자유로운 사람이고 싶다.
내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누리면서, 그러니까 그걸 굳이 말하고 행동하지 않아도 내가 주인으로서 그걸 삼을수 있는
그런 상태를 꿈꾼다.
글을 쓰면서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싶은 때인 것 같다.

by 나깡 | 2011/08/25 17:19 |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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